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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수회가 프리메이슨의 비밀조직이라구요?
    신들의 세계/신흥종교, 컬트 비판적으로 읽기 2018. 11. 11. 18:20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예수회 음모론'에 관하여.


    1. 예수회가 세계 정부를 설립 하려는 프리메이슨이나 계명결사의 비밀조직이며, 그러한 목적으로 가톨릭 교회에 침투해 있다. 가톨릭의 교황은 허수아비일 뿐이고, 예수회 총장이 검은 교황 진짜 가톨릭의 지배자다.


    2. 예수회는 가톨릭의 간첩이며, 교황의 수족이다. 교황을 위하는게 교회를 위하는 것이라는 명분으로 정치, 경제계에 침투해 있으며 은밀하게 개신교를 타락시키고 변질 시키려 한다. 


    제가 중학생이었을 때도 있었던 음모론입니다. 무슨 각설이도 아니고 아니고 때마다 되살아나는 주장인데요..


    * 왜 예수회를 특별히 지목하는가?


    우선은 서강대를 운영하고 교과서에도 등장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가장 잘 아는 수도회입니다. 또한 보이스 피싱 범죄에서 전화를 하는 사람들이 그냥 경찰이 아니라 "경찰정 000 형사입니다. 검찰청 000 검사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입니다. 구체적인 이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신뢰감을 높이는 효과를 줍니다. 


    "하고 많은 수도회가 있는데 예수회를 지목하는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겠지?"


    * 외국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던데요?


    "중이 고기맛을 보면 절간에 빈대가 남아 나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불교의 타락에 대한 풍자이지만 동시에 불교가 그만흠 대중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종교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서구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수도회에 대한 풍자나 유머들이 존재합니다. 다들 술잔을 들고 웃고 있는 프란체스코 수도회 수사의 작은 인형을 한 번은 보신 적이 있을텐데 그런 식이지요. 


    예수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예수회의 수도 생활 방식과 문화는 당시에 보지 못하던 것이었습니다. 수도복을 입지 않고 공부를 장려하고 과감하게 세속 사회에 개입하는 그런 수도회는 상당히 새로운 형태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예수회 창립자 이냐시오 로욜라 성인이 군인이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교황에 충성하지 않는 수도회는 없지만, 예수회가 특별히 교황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고 교황의 군대라는 식으로 불렸던 것을 이해 하려면 그 창립자가 군인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물론 이 와중에 예수회가 정치와 연관된 적이 있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종의 흑역사라고 봐야 합니다.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한 새로움과 흑역사가 결합해 예수회에 대한 음모론이 떠도는 배경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재미삼아 떠도는 일종의 공상 소설을 정상적으로 신학을 배우고 합리적 교육을 받았다는 사람들까지 떠드는 나라는 없습니다.  


    * 예수회 음모론을 듣게 되면 2가지만 기억 합시다. 


    - 검은 교황이 계시다는 예수회는 클레멘스 14세가 1773년 발표한 칙서 Dominus ac Redemptor 에 의해 강제 해산 당합니다. 이 당시에 1만명이 넘는 회원들이 속절 없이 추방되고 100개가 넘는 신학교가 폐쇄 당합니다. 바로 이 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이 그 유명한 영화 미션입니다. 비밀 교황이 있는 수도회가 과연 이런 일을 당할 수 있을까요?


    - 예수회의 수난은 20세기에도 반복됩니다. 대학과 교황청의 중심부에서 일하며 강력한 수도회로 성장했던 예수회는 2차 바티칸 공의회를 거치며 회개와 쇄신의 과정을 겪습니다. 공의회 마지막 회기였던 1965년 부터 수도회를 이끌었던 아루페 총장이 이끌었던 이 변화는 수많은 예수회원들이 순교자의 대열에 들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1977년 엘살바도르에서 암살된 루틸리오 그란데 신부는 올해 시성된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의 회심을 이끌었기에 특별히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엘살바도르의 예수회원들이 즉각 엘살바도르를 떠나지 않으면 모두 암살하겠다는 협박을 받았을 때,  '우리는 일부러 순교자가 되려 하지는 않지만, 하느님이 원하신다면 여기서 죽을 것'이라고 선언 했던 것은 교회 역사에서 특별히 자랑스러운 순간입니다. 


    하지만 예수회의 이러한 변화는 교황청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가톨릭 교회의 중요한 근거지였던 라틴 아메리카에서 지역 기득권 세력과 충돌하기를 회피하지 않는 예수회의 모습은 교황청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보수적인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의 영향 하에 아루페 신부가 사임할 수 밖에 없었고, 교황은 예수회의 회헌을 정지하고 자신의 측근을 임시 총장에 지명하는 조치를 취합니다. 


    과연 이러한 수도회가 프리메이슨의 가톨릭 파견대 혹은 반대로 세계 정복을 위한 가톨릭의 비밀 조직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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