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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이 편을 든다는 것, 다크웹 운영자 손정우의 범죄인 인도 청구 재판.
    세상의 창/세상 읽기 2020. 7. 6. 14:46

     

    이 사건의 당사자는 2015년 7월부터 약 2년8개월간 다크웹에서 '웰컴투 비디오'란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4000여명에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약 7300회에 걸쳐 4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챙긴 혐의로 2018년 3월 구속기소 됐습니다. 

     

    당시 1심은 손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석방했지만, 2심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을 당했고 이것이 확정되어 복역을 마친 후에 미국측의 범죄인 인도청구에 따라 송환 여부를 다투는 재판을 다시 받아 왔습니다. 

     

    법원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상당한 근거가 있고, 미국으로 인도되어 재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면서도 대한민국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재판부의 의견에 따르면 범죄인 인도조약과 법률 해석에 따른다면 이러한 결론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범죄인 인도법 7조에서 9조에 이르는 인도 거부 사유를 보면 과연 이 조문을어떻게 해석 했을 때 이러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재판부 스스로도 7조 3항의 절대적 거절 사유나 9조 5 5항의 임의적 거절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거나, 범죄의 대부분이 대한민국 국내에서 저질러 졌을 경우에는 인도를 거부할 수 있다는 9조 1항과 2항의 취지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 조항들은 주권과 자국민 보호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자국민을 쉽게 외국의 재판 관할에 넘겨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주권과 자국민 보호라는 취지가 국수주의적 민족주의로 연결되지 않으려면 인터넷을 통한 성착취 범죄의 국제적인 성격이 충분히 고려 되어야 합니다. 이 범죄는 국내에서 저질러졌지만 실질적으로 그 범죄에 가담한 자들과 피해자들의 대다수는 국외에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이 범죄에 대한 후속 수사와 처벌을 통해 한국 사법 체계가 어떤 실익을 얻는다고 해도 그것이 반인도적 범죄를 그에 합당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근본 원칙 보다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소급입법을 통한 처벌이나 사적인 복수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법적 수단을 통해 국내의 미흡한 처벌을 보완해서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소망을 배척하는 것은 이해하기 곤란한 태도입니다. 아마도 법원은 미국측이 제시한 자금세탁 부분이 한국에서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범죄수익 은닉과 처벌에 관한 법률이 정한 처벌 수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합니다. 물론 미국에서도 자금 세탁과 관련한 처벌 수준은 높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으로 이송과 재판 과정 자체도 일종의 징벌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5년 이하의 징역과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을 한국에서도 엄중한 처벌이 가능한 것이라고 받아 들이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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